105회 정보통신기술사 합격 수기(최정길 기술사)
우선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리겠습니다. 올해 만 56세이며 도시철도에서 30여년간 정보통신분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15년 정도는 주로 도시철도의 운영에 필요한 정보통신설비들의 유지보수를 담당했으며, 후반기 15년은 도시철도 정보통신설비들에 대한 개통시험 및 검사, 개량 및 대･개체를 위한 기획･설계･발주･감독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술사 시험을 합격하는 데에는 약 5년 정도 걸렸습니다.
1. 시험 준비 계기
2010년 가을쯤 직장 동료들하고 이야기 하는 도중에 우연찮게 정보통신기술사라는 자격증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30여년 해 오면서 자격증은 단지 수당이나 더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여 크게 관심이 없었으며 필요성도 못 느꼈었는데, 정보통신기술사에 대해 조사하면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간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통신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도 하고 싶었고, 인생 후반기 정보통신 전문가로서의 길을 계속 걷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시내 대형서점에 가서 두꺼운 정보통신기술사 기출문제풀이 책을 한 권 샀습니다. 정보통신기술사도 기사 자격증 정도 공부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그 책 하나만 정리하고 암기하면 쉽게 정보통신기술사 자격증을 딸 줄 알았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제 생각이 너무나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고 전자과와 방송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한 후 전자회로 수리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아 그 방면의 책을 주로 보다가 갑자기 방대한 정보통신기술사 공부를 하려니 도저히 저 혼자서는 학원 수강이나 스터디의 도움 없이 정보통신 전문가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요원할 것으로 보였기에 학원 수강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 학원 수강
제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 대구라서 인터넷으로 김기남 학원의 동영상 강의를 등록하여 수강하였습니다. 아울러 보다 이론적인 토대를 위해 김기남 학원의 공업수학 과정도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기본과정에 대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서브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으며, 기본과정 수강이 끝날 때 쯤 되어서는 서브노트가 완성되었지만 혼자서 제 나름대로 만들다 보니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체계가 없어 도저히 그 서브 가지고는 시험에 응시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마음을 굳게 먹고 서울로 학원수강을 가기로 하고 김기남 학원의 연구반 과정에 등록을 하였습니다. 주말을 이용하여 대구~영등포를 오가며 오전에는 학원 수강을 하고 오후에는 학원에서 스터디모임을 했습니다. 확실히 집에서 온라인으로 동영상 강의를 볼 때보다 학원에서 직접 수강하는 것이 여러모로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구반 수강과 스터디모임을 하면서 서브노트를 다시 작성하였는데, 이때부터는 수기로 안하고 컴퓨터를 사용하여 한글파일로 작성 하였습니다.
(이후 합격할 때까지 서브노트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3번 작성하였습니다.)
3. 홀로 서기와 시험 응시
5개월 정도 영등포의 김기남 학원을 다닌 후 2013년 2월(99회) 시험에 응시하였는데, 보기 좋게 낙방(49점) 하였습니다. 이후 학원을 계속 다녀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대구에서 영등포까지 학원 다니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기도 하여 불안은 하였지만 집에서 혼자 공부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2개월 정도 걸려 90회 이후 기출문제와 김기남 학원의 예상문제 300제를 분석하여 출제 빈도순으로 서브 노트를 재작성 하였습니다. 작성한 서브노트는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출･퇴근 때 등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스마트 폰으로 읽고 암기를 하였습니다.
언론(전자신문(etnews), ZDNetKorea 등)과 ETRI, TTA 등에서 발행하는 학회지 등을 통해 정보통신분야의 동향, 기술 자료를 서브노트에 정리하고 업데이트하였습니다. 서브노트를 조금씩이나마 거의 매일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 서브노트의 내용이 점점 충실해지고 문장력도 느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근 1년여 간 제대로 공부를 못하여 시험 응시를 포기했다가 다시 심기일전하여 2014년 8월(104회) 시험에 응시하였습니다. 1교시 지문을 받아 보니까 문제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쓰기와 답안 작성요령이 부족한 관계로 1교시 첫 문제부터 시간 안배를 잘못하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답안을 작성하다 보니, 1교시 점수가 너무 안 나와 다시 낙방(55점) 하였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너무 아쉬워했던 것이 지금도 생각이 나며, 다음 회 땐 반드시 붙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계속 해오던 방식대로 꾸준히 서브노트를 최신 기사와 기술 자료를 참조하여 업데이트 하면서, 새벽엔 구입한 전공서적을 읽고 정리하고, 퇴근 후엔 암기와 쓰기연습 위주로 공부를 이어 갔습니다. 전공서적은 이론적인 것보다는 기술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을 위주로 읽었습니다.
105회(2015. 2월) 필기시험 10여일 전부터는 답안지를 어떻게 하면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을 까 고민하고 연습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105회 시험은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문제가 만만치 않았지만, 나름 이전보다는 답에 그림도 넣고 표도 삽입하면서 잘 적은 것 같아 혹시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끝 모르는 자만심이 생겼습니다.
105회 필기 합격자 발표 당일 9시 경, 한국전파진흥원 홈페이지를 열 땐 마음이 너무 조마조마하고 떨어졌을 것만 같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이 겁이 나기도 했지만, 합격자 명단에 제 접수번호와 이름이 보였을 땐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흥분이 되었습니다.
4. 면접 스터디와 최종 합격
필기만 붙으면 면접은 설렁설렁 하면 되는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년간의 면접 합격률을 보니까 50% 내외로서 면접 응시자 중 절반 정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면접 준비를 예사로 했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6개월간 피 말리는 수험생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신경이 바짝 쓰였습니다.
이에 따라 김기남 학원에서 실시하는 면접 스터디 과정에 등록하고, 저를 포함해 105회 필기시험 합격자 여섯 분과 전회 면접에서 떨어지신 분을 포함하여 총 7명이 면접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이제와 최종 합격한 후 생각해 볼 때, 제가 면접 스터디를 안 했다면 아마 불합격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멤버 7명이 3주간 토･일요일에 만나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기남 원장님, 이종섭 기술사님과 외부 기술사님을 모시고 모의면접을 하였는데 2명 합격에 5명 불합격이 나왔습니다. 이후엔 스터디 멤버 간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실전처럼 3명이 면접관이 되어 20여분씩 질문하고 점수를 매기고 단점을 지적하면서 저마다의 결점을 하나하나 고치고 다듬어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륜과 식견이 출중하신 심범섭 기술사님의 조언과 면접 스터디를 이끌고 나가신 안효춘 기술사님의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스터디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 평소 말 속도가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한 것을 고치기 위해 집에서 하루 서너 번씩 입에 나무젓가락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2015년 4월 18일 한국전파진흥원 서울본부(홍대입구역 인근 소재)에서 면접 응시자 22명을 오전/오후로 나누고 이를 다시 홀수/짝수조로 구분하여 면접이 진행됐습니다.
난생 처음 우황청심환을 먹고 오후에 4번 째(19번)로 면접을 보았는데, 긴장이 된 탓인지 서너 개 정도의 답변에 연관되어 이어지는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하였습니다. 면접을 끝나고 생각해 보니 그때 이렇게 답변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도 많이 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지라 결과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 4월 24일(금요일) 아침 9시가 좀 지난 후 한국전파진흥원 홈페이지에 저의 면접 접수번호를 입력하자 정보통신기술사에 최종 합격하였다는 메시지가 뜰 때, 실감이 안 나 기쁨보다는 멍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그 동안의 공부과정이 생각나면서 제 자신이 힘든 여정을 견디고 오늘의 이 결과를 얻은 것이 너무나도 대견스러웠습니다.
5. 마치면서
기술사 공부기간이 길어지면서 과연 내 머리로 이 어려운 시험에 붙을 수 있을 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다년 간 기술사 공부 한답시고 집사람하고 변변한 여행 한 번 못 가본 것이 늘 미안했으며, 주변 내 또래들이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을 볼 때마다 나도 공부를 포기하고 남들처럼 자유롭게 술도 마시고 놀러 다니고 할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기도 하였지만, 그 과정을 견디고 꾸준히 공부를 한 것과 운이 겹쳐서 합격을 한 것이 아닌 가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면접 스터디 멤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보다도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을 통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으며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면접에 안 되신 분들에게는 다음 면접의 최종합격을 기원하며, 힘든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기술사 공부를 하시는 선･후배님들의 건승과 합격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 4. 25
105회 정보통신기술사 최정길 拜上
